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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세상은 의문 투성카테고리 없음 2020. 9. 19. 17:03
세상은 의문 투성 1달 전 샤워기와 호스 이음 부위에서 물이 쫄쫄 새기 시작했다. 이사를 오며 샤워기만 교체했는데, 10년 넘은 다른 부품들이 신경 쓰였다. 일주일 전, 그 틈새는 분수처럼 물을 뿜었다. 그제서야 욕실에서 불편한 것들이 하나둘 보였다. 샤워기, 세면기, 선반, 칫솔과 치약 걸이가 떠올랐고. 좀 더 버틸까 하다 욕실용품을 찾았다. 자재를 고르며, 8년 전 아파트 셀프 인테리어가 기억났다. 여기서 셀프란 혼자서 시공을 한다는 의미가 아니고, 개별 공정마다 업체를 알아보고 대략적인 디자인, 일정을 조율하는 작업이다. 관리, 감독 정도로 이해하면 편하다. 4,5번의 토탈 인테리어 업체와 미팅을 했으나 뜬구름 잡기였고, 난해했다. 놀란 것은 가격이었는데, 멋지고 화려할 수록 비쌌다. 예산을 정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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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10년 뒤 승재(아이)에게...카테고리 없음 2020. 9. 19. 12:13
To. 10년 뒤 승재(아이)에게... 요즘 아빠는 하늘을 자주 봐. 올가을 하늘은 예년보다 푸름이 선명하고 구름 생김새가 다양하더라. 자전거를 같이 타며 풍경처럼 펼쳐진 자연을 함께 보고 웃곤 했지. 너는 바람을 가르며 쌩쌩 달렸고 시원하게 땀을 식혔지. 아빠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도로를 질주했어. 우리는 집 앞 개천에서 곤충과 동식물을 관찰했단다. 산책로에는 메뚜기, 여치, 달팽이, 지렁이가 있었고, 수풀 속으로 피난시켜 주기도 했지. 잠자리, 나비도 우리 주위를 맴돌았어. 여름내 무성히 자란 잡초들은 풀 내음으로 우릴 반겼고, 개울가 수풀 사이로 야생오리는 앙증맞게 걸었단다. 얕은 물가에는 물고기가 뻐끔대며 기포를 만들었고, 올챙이는 자라 개구리 노래를 해댔지. 올해 인상 깊은 사건은 ‘집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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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아빠표 쿠킹클래스카테고리 없음 2020. 9. 18. 14:03
"뭐 할 때가 가장 재미있어?" "음... 난 친구랑 같이 요리하는 게 제일 좋아." "그래? 왜?" "친구랑 요리 끝나고 숨바꼭질할 수 있어서" 작년 5월 화요일 오후 6시였다. 나는 짐을 챙겨 서둘러 사무실에서 빠져나왔다. 점심을 거르고 마트에서 재료들을 구입했는데, 장바구니를 들고 버스에 올랐다. 아이들과 피자를 만들기로 한 날이었다. 아이가 친구들과 요리를 하고 싶다고 졸라 잡게 된 일정이었다. 유치원 친구 2명과 우리 아이까지 남자아이 3명이었다. 집에 도착하니 요리보다는 함께 논다는 즐거움으로 아이들은 들떠있었다. 전쟁터나 다름없었다. 화살이 날아다니고 소리를 지르며 칼싸움이 한창이었다. 한 명은 패잔병처럼 울며 씩씩 거리고, 나머지 두 명은 작전을 짜는듯했다. 나는 재료를 정리하고, 휴전 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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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당근의 가치카테고리 없음 2020. 9. 8. 20:31
당근의 가치초등학생용 두발자전거가 필요했다. 아이가 타던 자전거는 기어가 없어 주행 시 피로도가 컸다. 아이와 매장을 다니며 발품을 팔아 가격을 알아봤다. 아이는 가격을 듣더니 손사래를 쳤다. 용돈으로 만 원을 내야 했기 때문이다. 적당한 모델을 찾기가 쉽지 않아 아이에게 중고 상품이 있다고 귀띔했다. 나는 '당근 마켓' 앱을 뒤졌다. 당근 마켓이란 지근거리에 있는 사람과 중고 직거래를 주선해 주는 앱이다. 수수료는 없다. 어린이용 자전거를 며칠 찾다 오프라인에서 봤던 자전거가 있어 아이에게 어떠냐고 물었다. 아이는 중고라서 싫다는 내색을 비췄다. 그래서 가격이 3분에 1도 안 한다고, 용돈에서 4천 원만 쓰면 된다고 했더니 관심을 보였다. 버스로 3정거장을 지나 알려준 주소로 향했다. 60대 후반 푸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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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내가 지닌 페스트는?카테고리 없음 2020. 8. 30. 22:23
내가 지닌 페스트는? 최근 알베르 카뮈가 쓴 『페스트』를 읽었다. 코로나19로 이 책은 베스트셀러 역주행 중이다. 작가는 전쟁을 페스트로 비유한다. 2차 세계대전 기간에 책을 집필했는데, 두 가지는 공통점이 많다. 예를 들면 개인의 자유가 제한된다거나, 식료품을 배급하기도 하고, 피해가 얼마나 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책 도입에서 알제리 도시 오랑은 폐쇄된다. 현재 대한민국 수도권도 별반 다르지 않다. 8월 30일부터 수도권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됐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인물 내면의 심리묘사다. 중요한 인물은 총 6명이다. 현재 상황과 대비되는 인물 3명만 소개한다. 첫 번째, 주인공이자 의사 베르나르 리유. 그는 성실성을 강조한다. 그에 반해 대한민국 의사 선생님들은 현재 '불법 진료거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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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무한도전이 다녀온 사승봉도카테고리 없음 2020. 8. 29. 18:29
무한도전이 다녀온 사승봉도 사승봉도는 인천에 있는 수많은 섬들 중 하나다.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 1박2일 등의 촬영 장소가 되기도 했다. 인천항에서 배를 두 번 타고 3시간여를 가야 도착한다. 2019년 8월 사승봉도에 약 30여 명의 사람들과 표류했다. 아빠와 아이들의 긴장 속에서 2박 3일 무인도 체험이 돛을 올렸다. 무인도는 사람이 살지 않는 섬이다. 탐험이 가능한 무인도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한데 사승봉도는 그러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첫째는 식수다. 해수를 담수화하거나 여과를 통해 물을 구할 수는 있지만, 그 양은 아이가 갈증을 해소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하다. 두 번째는 언덕이다. 서해는 조수간만의 차로 해안에서 잠을 자게 되면 밀물을 조심해야 하고 우천 시에는 특히나 위험하다. 마지막은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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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아슬아슬한 패배카테고리 없음 2020. 8. 29. 18:12
아슬아슬한 패배 "아~ 아니, 졌어! 다시 해" "화내지 말고 다시 하자 알았지?" "와~이번엔 이겼다" 2주 전 '다빈치 코드'라는 보드게임을 받았다. 서울시 아빠단에서 보낸 선물이다. 아빠단은 서울시와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주관하고, 육아 프로그램을 통해 자녀와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사업이다. 그런데 사회적 거리 두기로 오프라인 강의와 행사는 취소되었고. 후속으로 집에서 할 수 있는 놀 거리를 보내줬다. 포장을 뜯고 게임 방법을 아이에게 설명했다. 처음에는 연습게임이라고 시작했다. 규칙은 이렇다. 흰 과 백의 0~11까지의 블록을 4개씩 가져가서 상대방의 패를 맞히면 이기는 게임이다. 시작을 했는데 아이가 지면 무조건 연습게임이다. 아이가 두어 판을 승리하면, 아슬아슬하게 이기도록 난이도를 조절한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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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시간의 빈곤카테고리 없음 2020. 8. 28. 12:46
15. 시간의 빈곤 일주일 전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읽었다. 그는 국내에도 많은 팬덤을 가진 작가다. 이 책은 달리기와 소설 쓰기의 공통점을 설명하고, 저자가 삶을 바라보는 태도를 그려낸다.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소설가라니. 창의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내 상상과는 달랐다. 생활패턴에 대한 그의 언급이 돋보인다. "p65 인생에는 아무래도 우선순위라는 것이 필요하다. 시간과 에너지를 어떻게 배분해가야 할 것인가 하는 순번을 매기는 것이다. 확실하게 확립해놓지 않으면, 인생은 초점을 잃고 뒤죽박죽이 되어버린다." 요즘 시곗바늘이 빨리 돌아간다.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들이 충돌한다. 양손에 할 것을 들고, 평균대 위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