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 아슬아슬한 패배카테고리 없음 2020. 8. 29. 18:12
아슬아슬한 패배
"아~ 아니, 졌어! 다시 해"
"화내지 말고 다시 하자 알았지?"
"와~이번엔 이겼다"
2주 전 '다빈치 코드'라는 보드게임을 받았다. 서울시 아빠단에서 보낸 선물이다. 아빠단은 서울시와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주관하고, 육아 프로그램을 통해 자녀와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사업이다. 그런데 사회적 거리 두기로 오프라인 강의와 행사는 취소되었고. 후속으로 집에서 할 수 있는 놀 거리를 보내줬다.
포장을 뜯고 게임 방법을 아이에게 설명했다. 처음에는 연습게임이라고 시작했다. 규칙은 이렇다. 흰 과 백의 0~11까지의 블록을 4개씩 가져가서 상대방의 패를 맞히면 이기는 게임이다. 시작을 했는데 아이가 지면 무조건 연습게임이다. 아이가 두어 판을 승리하면, 아슬아슬하게 이기도록 난이도를 조절한다. 중요한 건 게임의 승패가 아니다. 아빠와 놀이한 게 즐거웠는지가 핵심이다. 아이가 아쉽게 지더니 성질을 내며 다시 하잔다.
"게임은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는 거야. 알았지?"
"몰라~다시 해!!" 씩씩거리다 답한다.
"아빠는 화내면 맨날 지더라고. 차분하게 집중하면 이기던데?"
"그래? 알았어! 이번에는 꼭 이겨주겠어!"
보드게임을 하다 보면 아이의 불타는 승부욕을 새삼 깨닫는다. 승부욕이란 상대와 경쟁하여 이기고 싶은 마음이다. 아빠가 어찌 아이 상대가 될 수 있겠는가. 혹자는 아이가 실력으로 이길 때까지 아이를 울리기도 한다던데 방법이 틀린 게 아닐까. 아이는 보드게임을 하면서 여러 가지를 배운다. 규칙, 기억력, 집중력, 협동심, 문제해결 능력 외에도 다양하다. 그런데 이런 효과를 보려면 몰입을 해야 한다. 웃고 떠들며 집중할 때 자신감도 높아지는 것 같다.
사는 것도 보드게임과 별반 다르지 않다. 지는 것이 이길 때도 있기 때문이다. 승패를 가르는 것보다 중요한 건 다른 것이 아닐지. 누군가를 이기고 패배감을 맛보는 게 하는 것보다 더불어 협력하는 게 중요할 때가 있듯이. 전화위복이 되는 상황도 있다. 승부보다 귀중한 건 내 마음가짐이 아닐까. 최선을 다했다면 그 자체로 충분히 소중하다.